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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명의 카이사르] 고대 로마 황제들의 사생활: 역사서와 파파라치의 경계

CodeNook; 2024. 6. 27. 09:00

열두명의 카이사르

작가 가이우스 수에토니우스 트란퀼루스

출판 다른세상

발매 2009.09.03

 

제가 읽어본 책 중 현대인이 사료를 바탕으로 쓴 역사서가 아닌, 당대 로마인의 기록인 1차 사료로서의 책은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갈리아전기/내전기'에 이어 이 책이 두 번째입니다. 로마의 역사는 항상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던져줍니다.

로마 황제의 사생활

이 책을 읽으면서 '고대 로마시대에도 파파라치가 있었다면 이런 느낌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사서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사생활, 그것도 로마 황제의 사생활에 대해 세세하게 쓰여 있습니다. 더구나 폭로된 사생활이 대부분 퇴폐적이고 문란한 스캔들에 가까운 내용이니 흥미롭기까지 합니다.

주요 내용 소개

  • 율리우스 카이사르: 로마 제정의 기틀을 세운 그는 니코메데스 왕과 동성애 관계를 가졌다는 의심을 받았습니다. 정적들은 그를 '왕비의 경쟁자이자 왕의 침실의 내밀한 동반자'라고 불렀습니다. 어떤 사람은 폼페이우스를 '왕'으로, 카이사르를 '왕비'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 아우구스투스: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정적들은 카이사르가 그를 양자로 삼는 대가로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저자 수에토니우스는 이를 거짓이라고 논박했습니다.
  • 티베리우스: 아우구스투스의 뒤를 이은 그는 가장 악랄한 추문의 대상이었습니다. 로마를 떠나 비밀리에 매춘굴을 만들고 여성뿐 아니라 소년 소녀들과 성행위를 즐겼습니다. 또한 구두쇠처럼 돈을 탐해 황제의 권위를 내세우며 부당하게 돈을 갈취했습니다.
  • 가이우스 황제(칼리굴라): '칼리굴라'라는 애칭으로 불린 그는 잔혹한 인물이었습니다. 볼거리에 쓸 야생 짐승들의 고기값이 많이 든다며 범죄자의 살을 먹이게 했고, 주랑 한가운데 죄수들을 세워 "이 대머리에서 저 대머리까지 싹 다 죽여 버려라!"라고 명령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황제

이런 내용들을 읽다 보면 고대 로마 황제들의 근엄한 이미지를 깨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야기의 사실 여부를 떠나 다른 역사서에서는 볼 수 없는 '인간'으로서의 황제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오늘날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이는 근엄한 황제의 모습이 아닌, 실수도 하고 부도덕한 일도 저지르며 때론 악랄하기까지 한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쓰여진 것이 아니라 당시 로마를 살았던 수에토니우스가 여러 자료와 소문 등을 종합해서 쓴 당대인의 생각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당대인과 현대인의 평가

고대 로마의 여러 황제에 대한 당대인의 평가와 현대인들의 평가가 엇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티베리우스 황제가 그 대표적 예입니다. 당시대인들에게 저주라 할 만큼 미움을 받았던 티베리우스 황제였지만, 시오노 나나미는 그의 업적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티베리우스가 율리우스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에 이어 로마의 제정을 확고하게 확립했다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로마인에 대한 애정 가득한 시선이 때로는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다양한 관점에서의 역사 이해

한 가지 관점으로만 역사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로마인 이야기로만 알고 있던 로마 역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해주어 그 값어치가 있습니다.